“아이를 키우면서 고등학교도 졸업해 정말 기뻐요. 우리 사회에서 저 같은 경우는 아직 극소수여서 안타깝습니다.”
김민희양(18·가명)은 미혼모 대안학교인 경기 수원시 홀트고운학교를 지난 17일 졸업한 미혼모다.
김양은 고교 2학년이던 2010년 여름방학 때 원치 않은 임신을 했다. 하루하루 불러오는 배를 보면서 고민이 커졌다. 학교 선생님은 물론 친구들의 시선이 두려웠다. 김양은 25일 “엄마가 초등학교 때 돌아가셔서 상의할 사람도 없었다. 몹시 무섭고 겁이 났다”고 말했다. 그는 “자퇴는 물론 아이를 포기하는, 극단적인 선택까지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미혼모 대안학교인 홀트고운학교를 최근 졸업한 김민희양.
방황을 거듭하던 김양은 인터넷을 통해 경기도와 경기도교육청이 지원하고 홀트아동복지회가 운영하는 홀트고운학교를 알게 됐고, 지난해 2월 학교를 옮겼다. 그리고 같은 해 6월 무사히 딸 주아를 출산했다. 김양은 아이를 낳고서도 학교 선생님은 물론 집까지 찾아와주는 방문 교사들의 보살핌으로 모든 학업을 마칠 수 있었다.
김양은 “그동안 메이크업학원에도 열심히 다녀 메이크업 3급 자격증도 땄다”며 자랑스러워했다. 그는 “임신을 한 채 일반학교에 다닐 때는 너무 힘들었다”며 “홀트고운학교를 몰랐다면 저 자신도, 주아도 모두 포기하고 세상을 원망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양은 다음달에 딸과 함께 부천의 사회복지시설 모자원으로 이사를 갈 예정이다. 고교도 졸업한 만큼 사회복지시설로 옮겨 미용공부를 더 열심히 해 미용실에 취직하는 게 꿈이다. 그는 “희망을 품고 열심히 살아갈 것”이라며 “저 같은 처지에 놓인 친구들도 저처럼 새로운 희망과 꿈을 가졌으면 참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김양의 바람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다. 교육과학기술부 자료를 보면 2010년 현재 전국 10대 미혼모는 2500여명에 이르지만 학업을 지속하는 이들은 중학생 25명, 고교생 36명 등 2.5%에 불과하다. 미혼모 대안학교는 전국 12개 시·도에 15개 학교가 있을 뿐이다.
홀트고운학교 김지희 교사는 “미혼모 학생들은 학교나 사회에서 배척되는 경우가 많다”며 “학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사회적 배려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선이 아주대 교수는 “10대 미혼모의 학업중단은 사회·경제적 약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라며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10대 미혼모들을 위한 특별 보호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미혼모자시설 소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