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달간 양육비 받은 미혼모들 고작 8%

【서울=뉴시스】정옥주 기자 = 최근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와 양육지원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자세로 아이를 포기하지 않는 미혼모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한 달간 아이아빠 또는 그 가족으로부터 양육비를 받은 미혼모들은 전체 조사대상자 중 8%에 불과해 아동양육비 이행을 지원하고 대행하는 기관 마련 등 미혼모 가정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일 예정된 '미혼부의 책임강화 방안' 주제로 한 제75차 여성정책포럼을 앞두고 공개한 '미혼모가족 자녀양육비 이행관련 실태 및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양육비를 받은 적이 이싸고 응답한 비율은 전체 213명 중 31명(14.6%)에 그쳤다.

이는 만 19세 이상 양육미혼모 213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9월15일~11월30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른 것이다. 조사대상자의 자녀 대다수는 3세 미만의 영유아로 1~ 3세 자녀가 36.5%로 가장 많았고, 1세 미만은 34.7%에 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특히 최근 한 달간 아이아빠 또는 그 가족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는 경우는 전체 213명중 17명으로 8%에 불과했다. 한푼도 받지 못하는 경우는 무려 92%에 달해 미혼모 자녀 대부분이 아이 아빠로부터 어떠한 경제적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양육비를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한 31명 중 현재는 양육비를 받지 못하거나 부정기적으로 받는 경우가 35.6%로 전체의 3분의 1을 넘어섰다.

월평균 양육비는 40만원 초과가 32.3%로 가장 많았고, 10만원 이하로 29.0%, 20만~40만원 이하가 25.8%, 10만~20만원 이하가 12.9%로 뒤를 이었다. 이들이 받는 양육비의 중간값은 32만5000원으로 집계됐다.

한편 미혼모들의 87.3%가 아이아빠가 양육비를 제공할 책임이 있다는데 동의하면서도, 조사대상자의 대다수인 72.8%는 양육비 소송의사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송의사가 없는 이유로는 양육비 문제를 통해 연락하거나 만나고 싶지 않아서(44.4%), 아이 아버지가 양육비를 줄 형편이 되지 않아서(20.6%), 양육비를 대가로 친권 및 양육권을 요구할까봐(14.3%) 순이었다.

이미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제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아이아빠와 연락하거나 아이를 아이아빠에게 빼앗기는 것을 더 두려워해 소송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이는 미혼모를 대신해 아동양육비 이행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대행하는 기관이 필요함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어 "양육비는 사실상 채무의 1순위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법적 장치가 마련돼 있음에도 사회적으로 양육비 책임에 대한 인식이 매우 낮다"며 "미국의 경우 지불능력이 있는 아이아빠에게 양육비를 대신 받아다주는 일종의 에이전시를 운영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중간 개입이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조언했다.

박복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지급능력이 있음에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것은 자녀의 생존과 복리를 위협하는 범죄로 보고 형사적 처벌을 가할 수 있는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며 "하지만 자녀의 복지에 영향을 미치는 면은 경제적 측면 외에도 정서적 측면을 무시할 수 없어 부모와 자녀의 정서적 유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현행 감치제도를 활성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박 연구위원은 이어 "외국의 사례처럼 우리나라도 협의시 참고할 수 있고 재판상 고려기준이 될 수 있는 양육비 산정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며 "아울러 이를 통해 결정된 양육비의 적절한 이행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양육비 이행확보수단의 보완과 양육비 전담기구의 설치 및 운영이 필요하며, 보완적으로 양육비 대지급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channa224@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