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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No.6934 [국민일보] 미혼모 지원 현실화해야...
글정보 Hit: 961, Date: 2017-06-12 09:57:35 작성자

[가장 슬픈 범죄] 미혼모 지원 현실화해야 ‘버림’ 막을 수 있어

⑤ 부끄러운 출산은 없다

국민일보/ 2017-05-26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한국에서 영아 유기가 계속되는 건 국가적 비극이다. 길 위에 버려지는 아이가 없도록 제도를 다듬으려는 시도가 여러 번 있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미혼부모가 아기를 양육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지원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차선책인 입양 활성화를 위해서는 출산에 대한 익명성을 일부 보장해 주고, 동시에 사회가 아이를 길러낼 수 있도록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신·출산 단계부터 사전 지원 필요 

미혼모 지원은 임신 초기부터 이뤄져야 한다. 갑작스러운 임신에 당황한 미혼모들은 관련 서비스나 공동생활시설을 몰라 전전긍긍한다. 임신 사실이 가족이나 학교, 직장에 알려지면서 거리로 내몰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정부에서 미혼 임산부와 출산 후 6개월 미만인 미혼모가 지낼 수 있는 생활시설을 운영 중이지만 전국 20개소(정원 515명)에 불과하다. 박영미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표는 “대부분 미혼모가 임신 초기에 어디에 기대야 할지, 어디서 상담을 받아야 할지를 몰라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사전 지원 시스템의 범위는 상담서비스부터 출산이 이뤄지는 병원 지원까지 넓게 적용된다. 장수정 단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임신한 상태에서 정보를 얻거나 도움을 얻을 만한 기관이 너무 없다는 게 문제”라며 “전국 혹은 지자체 차원에서 웹 정보망을 조성해 신분을 드러내지 않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을 마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김상용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독일의 경우 당사자 정보를 묻지 않으면서 출산 후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등을 상담해주고 출산 자체도 무료로 도와주는 제도가 마련돼 있다”며 “고립된 출산에서 사회가 함께하는 출산으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권미혁 의원이 지난 1월 발의한 한부모가족지원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미혼모의 개념을 ‘출산 전 임신부’까지 확장해 지원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이 담겼다.

혼자서도 잘 키울 수 있는 사회  

미혼모에게 경제적 지원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된다. 영아 유기 이유가 언급된 언론보도 118건을 분석한 결과 95건(80.5%)이 경제력 부족이나 미혼이라는 이유로 아이를 포기했다(국민일보 2017년 5월 5일자 1면 참조). 

미혼모나 미혼부가 혼자 아이를 키우기로 결심할 경우 보육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도움이 필요하다. 이성균 울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를 보육의 사회화라고 표현했다. 이 교수는 “보육에 돈이 적게 들거나 보육 보조기관이 많다면 유기를 택하는 부모가 많이 줄어들 것”이라며 미국 사례를 들었다. 미혼모들이 TANF(한시적 빈곤가정 지원)를 통해 학교를 다니거나 직업 훈련을 받으면서 아이도 키운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미혼모 복지 수요를 맞춰주고 아이를 키울 보육 시설을 만들어 제공하지 않으면 극적인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미혼모를 지원하는 시스템이 정교해져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서종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제적 지원 확대도 필요하지만 지원의 방식도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했다. 서 교수는 “예컨대 ‘분유 구매용’처럼 용도가 정해진 교환권 방식으로 지원한다면 아이에 대한 복리를 증진할 수 있을 것”이라며 “동시에 부모도 ‘이 정도면 내가 다른데 (지원금을) 안 쓰면서도 아이를 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입양 위해 익명성 보장도 고려해야 

친부모가 양육을 포기하는 경우 차선책은 입양이다. 전문가들은 유기 대신 입양을 선택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친모의 익명성을 보장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신분이 노출될까 두려워서, 출산의 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해 길이나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두고 가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서종희 교수는 “혼자서도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사회보장 시스템을 만드는 게 최우선이지만 그럼에도 아이를 키우지 못한다면 익명출산 혹은 익명입양제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익명성을 어디까지 보장해야 하는지 논란이 분분하다. 출산을 비밀로 할 친모의 권리와 친부모를 알 아이의 권리가 충돌하기 때문이다. 독일과 체코 등에서는 익명출산이 법으로 보장돼 있지만 이를 국내에 그대로 도입하는 것에는 회의적인 이들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절충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상용 교수는 “익명성 보장 정도에 대해서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며 “국가가 부모의 정보를 보관하다가 아이가 일정 연령에 이르면 아이의 청구에 따라 공개 여부를 결정하는 방안 등이 있다”고 말했다.  

서종희 교수는 “프랑스는 친부모가 원하지 않으면 익명을 절대 보장하는 반면 독일은 아이가 자란 뒤 부모를 찾고자 하면 정보를 공개토록 했다.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와 입법 목적에 따라 중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글=임주언 윤성민 이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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